개업한 지 얼마 후, 한 환자가 사무실에 찾아와 불면증을 호소했다. 몇 년 동안 다른 의사가 처방해준 수면제를 복용해왔는데, 이제는 새로운 처방을 받고 싶다는 것이다. 건강 상태에 관한 질문을 받자 그녀는 생리 전 증후군 때문에 부인과 의사에게 진찰받고 있고, 과민성 대장 증후군으로 위장병 전문의에게 진찰받고 있다고 대답했다.
각각의 증상은 환자인 그녀와 의사들에 의해 치료되는 중이었다. 마치 그녀의 전반적인 건강이 그녀의 상태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듯, 각 증상이 완전히 별개의 문제로 취급되고 있었다.
모든 약물과 처방이 호환되지 않는다는 걸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환자들은 같은 약물을 2번씩 받고 있다. 복통은 일반의가 처방한 약물의 부작용이었다. 환자가 그 약물을 이미 복용 중이란 사실을 알지 못한 내과 전문의가 쉽사리 처방할 만한 약물이었던 셈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으면서 의학계는 환자들의 전반적인 처방 사항을 의사들이 알기쉽도록 전자 의무 기록을 만들도록 했다.
의료계의 분열을 운운하는 기사들이 주요 의학지에 더욱 빈번하게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작 커다란 이슈는 따로 있었다. 누구도 환자의 신체를 전부 치료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정작 필요한 질문들을 묻지 않는 듯 보이는, 정교하고도 잘 의도된 의료 모델에 집착하는 동료들을 내 주변에서도 많이 보았다. 우리가 보고 있었던 것은 현재의 이해수준으로는 설명 될 수 없는 통증을 수반하는 복잡한 질환들이 점점 쌓여간다는 것이었다. 우리의 해결책은 한 번에 하나에만 집중을 강화하는 것이었는데 일부 상황에서는 좋은 전략이었지만 인체에 관해서는 그렇지 않았다.
통합된 인체 조직에서 발생된 증상들이 서로 연관이 없다고 상상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당연히 관련이 있다. 이것이 진실임을 확실히 보여주는 임상 실습들이 있다.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다음과 같은 사실이 더욱 명백해졌다.
우리가 환자의 전반적인 증상이 아닌 하나의 증상만을 치료할 때마다 그 증상은 개선되긴 했지만 전체적인 건강은 여전히 악화된 상태였다. 나중에는 합병증이 더욱 많아진 상태로 돌아온 환자들도 많이 있었다.
확실히 어떤 근본적인 질환이 이러한 증상들을 발생시키면서 전체 조직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만 있다면.